[설렘, 터닝 포인트, 그리고 숨통]
‘이 활동을 만나면서 당신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요?’라고 질문하면 눈빛이 촉촉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생각만으로도 벅차오르는 듯,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이에요.
이정남: 세상에 새롭게 눈을 뜬 계기랄까, 일상에서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자세히 보게 됐어요. 5년간 여기서 사진을 찍으며 또 다른 눈이 생겼어요. 수업에 오기 전은 항상 긴장이 돼요. 좋은 긴장이겠죠, 설렘 같은?
이한나: 정남쌤은 그냥 존재 자체가 감동인 분이에요.(웃음) 삶의 매 순간을 설레지 않은 순간 없이 살려고 하세요.
이정남: 그런데 제가 워낙 느려서요. 손도 느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죠.
이한나: 기다리면 돼요, 기다리면.
이정남: 맞아요. 우리 아이들처럼, 기다려주면...
박경은: 7년 전까지 저는 쫓기듯이 살았어요. 첫 1년 수업 때는 올 때마다 눈물바람이었고요. 사진을 찍으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살았구나, 깨달은 거예요. 늘 아이 마음과 가족, 다른 사람을 향해 있어서 내 마음이 보이지가 않았어요. 우리 공동체가 장애 아이 엄마들의 모임이에요. 엄마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위안이 되고 모두 공감될 수밖에 없어요. < 우리맘연대 > 활동은 제 인생에 터닝 포인트예요. 모두들 아마 저와 비슷하게 느낄 거예요.
홍정숙: 결혼하고 장애 아이를 키우며 삶이 변하고, 정체된 채 살면서 즐거움, 희망, 이런 게 희미해질 때쯤 만난 목요일이... 저한테는 ‘숨통’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 사진에 관심은 있었지만 카메라가 없어서 포기하고 잊고 살았거든요? 근데 그게 꼭 화산처럼 요 밑에 가라앉아 있었나 봐요. 꿈이 뭔지 인식도 못 하고 있다가 이곳에서 분출하는 기분. 기억력이 참 안 좋은 편인데, 사진을 보면 다 기억이 나요.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볼 때조차 함께 그걸 찍은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나고요. 지난 8년의 모든 목요일이 제 숨통을 트이게 해줬어요.
숨통. 숨통이라는 단어를 따라 말하며 숨을 깊게 들이마셔 봅니다. 바쁘게 산다는 말로는 모자랄, 숨 돌릴 틈 없이 치열하고 숨 막히게 가파른 ‘엄마’의 굴레. 맘샘들에게 목요일은 일상 한가운데에 떠있는 작은 섬이었습니다. 안간힘 다하던 발버둥을 멈추고 올라서서 온전한 나를 만나러, 가슴을 열어젖히고 숨을 쉬러 모여드는 땅. 여기서라면 다친 마음을 꺼내 널어놓아도 혼자이지 않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