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에서는 모두가 어른 아이]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오늘 원데이 클래스는 재생종이밴드로 몬스터볼이랑 모빌을 만들 거예요.”
< 수다쟁이 손가락 >의 김은영 선생님이 준비하신 테이블에는 다홍색 종이밴드와 에메랄드색 자개 재료들이 놓여 있었다.
“몬스터볼은 재생종이밴드로 만들어요, 재생종이밴드는 버려지는 우유곽이나 골판지를 재생하여 만든 소재인데 종이라고 믿겨지지 않죠? 어때요, 생각보다 튼튼하고 꼭 라탄 같죠?”
선생님의 잔잔한 목소리와 함께 오늘의 공예 체험 수업이 시작되었다.
“ < 수다쟁이 손가락 >이라는 이름은 손가락이 수다를 떨듯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처럼 보여서 지은 이름이에요. 손수(手)와 즐거울 락(樂) 글자만 따서 < 수락 >으로 불려지기도 해요. 오랫동안 공예를 하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왔는데요, 몇년 전부터는 환경에 관심이 생기면서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소재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양말목과 재생종이밴드는 그런 부분에서 선택한 의미가 있어요.”
양말목? 저 푹신해보이는 호랑이 인형은 양말목으로 만든 걸까?
“양말목은 양말을 만드는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자투리 천이예요. 양말 끝에서 동그란 조각이 떨어져 나오거든요. 재미있는 건 매번 같은 곳에서 재료를 구해도 같은 색을 구하기가 어려워요. 그것이 단점이 되기도 하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하죠.”
양말목으로 만든 호랑이 인형을 다시 바라보았다. 나 또한 저렇게 맹한 맹수의 모습이 아닐까. 누군가에겐 강하고 사나워보여도 속으론 맹숭함과 따스함을 가지고 있는 양말목 인형을 닮고 싶었다.
“재생종이밴드와 양말목은 아이들을 키우며 작업을 하다보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선택된 재료라고 할 수 있죠.”
낯선 재생종이밴드를 이리저리 구부리고 집어넣느라 손가락들이 헤매이자 선생님이 슬쩍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셨다.
“이렇게 물을 뿌리면서 만들면 종이가 부드러워져요. 결 사이 사이에 본드가 들어 있어서 마르면 더욱 단단하게 고정돼요. 저기 선반 위 가방도 재생종이밴드로 만든 거예요. 악세사리류는 연령 상관없이 인기가 좋아요. 종이밴드라서 소재가 유연하고, 마르면 내구성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