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셨습니다-! 를 외치며 돗자리에 놓아둔 각자의 짐을 챙겼다. 활기찼던 운동장이 점점 고요해지는 가운데, 선수촌의 장비 담당 민재님이 운동 기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짐을 먼저 싼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골대와 접시콘, 크고 작은 공들을 함께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이 좋아서 재밌게 활동하고 있다는 민재님의 말씀이 이해가 갔다. 나도 다가가 운동 기구 정리를 돕다 보니, 그제야 느껴졌다.
나 배고프네?
[선수촌의 마지막 밤]
“저는 탁구 동아리에서 소개 받아서 왔어요.”
밥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자마자 앞에 있던 랫서팬더님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옆자리 곰탱이님은 틈틈이 랫서팬더님에게 틱틱거리며 장난을 쳤다. 둘은 함께 탁구를 치는 월요 부부라고 서로를 소개했다. 한 가지 다른 부부와 차이점이 있다면 곰탱이님이 종종 랫서팬더님을 진절머리 난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 그뿐이었다. 엄청 좋아하는 츤데레 느낌도 들고 그래서 둘이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 줄 알았다.
“아니에요, 원래 몰랐다가 동아리에서 만나 동네 친구 된거죠. 그러다 동아리장님이 여기 재밌다고 추천해주셔서 오늘 처음 ㅎㅎ ”
서로 모르는 사이로 한평생 살다 은평오랑의 탁구 동아리에서 만나 인연이 이어졌고, 그 인연이 이곳 은평선수촌까지 이어지게 했단다. 사람들이 새로운 곳에서 사람을 사귀고 또 다른 모임을 추천해주고 연결되어가며 관계를 오래 지속해 나가는 것이 신기했다.
대화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생각보다 많은 동네 모임이 이곳 은평에 있었다.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등산모임부터 탁구모임까지. 신기하게도 우리는 같은 감정을 공유하며 함께 즐거워하고, 격려하면서도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다. 직장과 전공은 자연스레 먼 주제가 되었으며, 대신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이곳에 오기까지 무엇을 봤는지, 오늘의 재미 포인트는 무엇인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서로를 채워갔다.
마치 오래 알던 사이처럼, 이런저런 동네 관련 주제를 던지면 그에 맞춰 리액션과 이야기가 이어졌다. 동네 맛집과 핫플레이스가 넘쳤다. 다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엔 단순히 즐기기 위해 온 모임이었기에 이러한 분위기가 새삼 놀라웠다. 나 지금 여기에 빠져든 건가…?
운동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사람들의 온기가 남았기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곳에 당신도 오고 싶다면, 내년 우리동네짐과 은평선수촌에 참여하면 좋겠다. 서울 끝머리, 잔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은평에는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하루를 보듬을 수 있는 은평선수촌이 있다.